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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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손끝에서 피어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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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

뉴질랜드 북섬의 작은 도시 왕가누이(Whanganui)에는 유리공예가 케이티 브라운(Katie Brown)이 있다. 그는 영국에서 우연히 유리공예를 접한 뒤 뉴질랜드로 건너와 전문 교육을 받고, 다시 미국에서 유리 예술을 심화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해 갔다. 그리고 2005년, 단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왕가누이에 작은 유리공방을 열었다. 그 공간은 이제 도시를 대표하는 갤러리이자 관광객들이 찾는 문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한 예술가의 재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시의회는 비어 있는 건물의 임대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해 예술가들이 도심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고, 건물주들도 창작 활동을 지역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라보며 공간을 내어주었다. 그 결과 왕가누이에는 20여 개가 넘는 갤러리와 공방이 생겨났고, 유리공예를 비롯해 도자기, 회화, 조각, 보석공예 등 다양한 예술이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었다.

이 모습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한민족 사회에도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해외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은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경제활동뿐 아니라 문화와 교육, 봉사와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모이고 배우며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작은 문화공간 하나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자라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현지인들이 한국을 이해하게 되며,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웃이 된다. 공간은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은 공동체를 성장시키며, 공동체는 결국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한국에서도 빈 점포를 예술공방으로 활용하거나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는 단기 지원사업에 머무르거나 임대료 부담으로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왕가누이의 사례는 지역사회가 예술가와 창작자를 장기적인 동반자로 바라보고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 한인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거창한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작은 공간 하나다. 그곳에서 한국의 문화가 소개되고, 차세대가 자신의 뿌리를 배우며, 현지인과 재외동포가 함께 어울릴 때 문화는 일방적인 전파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다리가 된다. 이러한 교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현지사회와의 신뢰를 쌓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작은 공간들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네트워크의 출발점이 된다. 그곳에서 쌓인 경험과 신뢰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나라와 나라를 이어주는 소중한 자산으로 성장한다. 세계 곳곳의 한인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협력할 때, 그 힘은 한 지역사회를 넘어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든든한 가교가 된다. 차세대는 그 공간에서 자신의 뿌리를 배우고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며, 현지사회와 대한민국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새로운 주역으로 자라난다.

결국 도시를 변화시키는 것은 거대한 개발사업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꿈을 품어줄 작은 공간 하나, 그리고 그 가능성을 믿어주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도시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수많은 한인들이 있다. 그들의 작은 도전은 지역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문화의 가치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신뢰의 다리를 놓는다. 그렇게 이어진 수많은 작은 연결은 세계 속 한민족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는 소중한 힘이 된다.

왕가누이의 작은 유리공방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며, 사람을 키우는 것은 결국 함께 내어준 공간과 서로를 믿는 공동체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마음이 세계 곳곳으로 이어질 때, 작은 공방 하나는 도시를 넘어 사람을 잇고, 사람을 넘어 세상을 연결하는 희망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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