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뉴질랜드에서 배우는 ‘풀뿌리’의 향기
- 박춘태
- 7
- 04-02
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
최근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Dunedin)의 한 지역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으며 가슴 깊은 울림을 느꼈다. 기사의 주인공은 오타고 반도 커뮤니티 보드(Otago Peninsula Community Board)에서 오랜 세월 봉사한 록스 켈라스(Lox Kellas)와 에드나 스티븐슨(Edna Stevenson)이다. 각각 23년과 12년 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두 사람이 주민들의 축복 속에 자리를 내려놓는 장면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역사가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날의 회의는 단순한 이임식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모여 작은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의제로 올라와 함께 논의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지역 커뮤니티 가든을 위한 '600달러' 지원 요청이었다. 거대 담론에 익숙한 이들에겐 사소해 보일지 모르나, 이 작은 예산이 공동체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알기에 참석자 모두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주민이 발언하고 위원들이 경청하며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 그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가장 귀한 꽃이었다.
필자는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이들의 지방자치가 주민의 일상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 자주 목격한다. 도로 표지판 하나, 관광 안내판의 위치, 마을의 안전 대책 등 '우리 삶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책임감이 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러한 풍경은 고국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래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으나, 여전히 많은 주민은 정치를 자신과 무관한 '중앙의 연장선' 혹은 '정쟁의 장'으로 인식하곤 한다. 주민의 삶과 밀착된 작은 고민보다 거창한 구호가 앞서는 현실에서, 뉴질랜드의 사례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기억의 문화'다. 현지 언론은 헌신한 이들의 이름을 정성껏 기록했고, 주민들은 그들의 노고를 지역의 소중한 자산으로 예우했다. 묵묵히 헌신한 이들을 존중하고 그 역사를 공유하는 '기억의 힘'이야말로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또한, "이제는 물러서 다른 이에게 기회를 줄 때"라며 겸손히 자리를 내어주는 퇴임 위원들의 모습은, 권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이가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세계 각지에 뿌리 내리고 사는 재외동포들은 현지 사회의 다양한 민주적 가치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현지 공동체에서 배우고 체득한 이러한 '생활 정치'의 지혜는 모국 대한민국이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정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내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은 가든의 씨앗을 함께 고민하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다.
뉴질랜드 오타고 반도의 작은 회의실에서 울려 퍼진 박수 소리가 바다를 건너 고국에도 닿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헌신을 기억하고, 작은 문제에 진심을 다하며, 아름답게 물러날 줄 아는 문화. 이러한 풍경이 한국의 지방자치 현장에서도 일상이 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우리 삶을 지키는 든든한 뿌리가 될 것이다.
약 720만 재외동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목격한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모국의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근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Dunedin)의 한 지역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으며 가슴 깊은 울림을 느꼈다. 기사의 주인공은 오타고 반도 커뮤니티 보드(Otago Peninsula Community Board)에서 오랜 세월 봉사한 록스 켈라스(Lox Kellas)와 에드나 스티븐슨(Edna Stevenson)이다. 각각 23년과 12년 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두 사람이 주민들의 축복 속에 자리를 내려놓는 장면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역사가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날의 회의는 단순한 이임식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모여 작은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의제로 올라와 함께 논의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지역 커뮤니티 가든을 위한 '600달러' 지원 요청이었다. 거대 담론에 익숙한 이들에겐 사소해 보일지 모르나, 이 작은 예산이 공동체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알기에 참석자 모두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주민이 발언하고 위원들이 경청하며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 그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가장 귀한 꽃이었다.
필자는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이들의 지방자치가 주민의 일상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 자주 목격한다. 도로 표지판 하나, 관광 안내판의 위치, 마을의 안전 대책 등 '우리 삶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책임감이 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러한 풍경은 고국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래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으나, 여전히 많은 주민은 정치를 자신과 무관한 '중앙의 연장선' 혹은 '정쟁의 장'으로 인식하곤 한다. 주민의 삶과 밀착된 작은 고민보다 거창한 구호가 앞서는 현실에서, 뉴질랜드의 사례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기억의 문화'다. 현지 언론은 헌신한 이들의 이름을 정성껏 기록했고, 주민들은 그들의 노고를 지역의 소중한 자산으로 예우했다. 묵묵히 헌신한 이들을 존중하고 그 역사를 공유하는 '기억의 힘'이야말로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또한, "이제는 물러서 다른 이에게 기회를 줄 때"라며 겸손히 자리를 내어주는 퇴임 위원들의 모습은, 권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이가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세계 각지에 뿌리 내리고 사는 재외동포들은 현지 사회의 다양한 민주적 가치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현지 공동체에서 배우고 체득한 이러한 '생활 정치'의 지혜는 모국 대한민국이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정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내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은 가든의 씨앗을 함께 고민하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다.
뉴질랜드 오타고 반도의 작은 회의실에서 울려 퍼진 박수 소리가 바다를 건너 고국에도 닿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헌신을 기억하고, 작은 문제에 진심을 다하며, 아름답게 물러날 줄 아는 문화. 이러한 풍경이 한국의 지방자치 현장에서도 일상이 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우리 삶을 지키는 든든한 뿌리가 될 것이다.
약 720만 재외동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목격한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모국의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