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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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땅, 그리고 세계 속 한민족의 새로운 지평

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

지구의 남쪽 끝, 남태평양의 푸른 함성이 들리는 뉴질랜드의 아침은 서늘한 공기와 함께 시작된다. 이곳에서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류가 수천 년간 잊고 지냈던 근원적인 질문 하나가 마음을 두드리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며, 후대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땅 위에 서서 물을 마시며 살아간다.

땅은 우리의 연약한 발을 지탱해 주는 물리적 토대이며, 물은 우리 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생명의 맥박이다. 이것은 단순한 자연자원을 넘어 인류 공동의 생명 기반이자,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거룩한 유산이다. 국경과 이념, 언어의 장벽이 아무리 높다 한들, 우리가 같은 땅을 딛고 같은 순환의 물을 마신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뉴질랜드라는 이국적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필자는 이 광활한 대자연 앞에 서서 우리 민족의 오늘과 내일을 묻게 된다. 세계 180여 개국에 흩어져 뿌리 내린 700만 명이 넘는 한민족은 과연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거대한 지구 공동체를 위해 어떤 시대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성찰하게 되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흔히 지구상의 마지막 낙원이라 불린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거울처럼 맑은 호수, 그리고 구름이 머무는 산맥은 이 나라의 자부심이다. 특히 낙농업은 뉴질랜드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며, 여기서 생산된 유제품은 전 세계 식탁에 올라 인류의 귀한 영양분이 된다. 하지만 이 풍요로운 풍경 뒤에는 무거운 고민이 숨어 있다. 산업화된 대규모 낙농업은 필연적으로 환경에 상흔을 남겼기 때문이다. 가축의 분뇨와 비료에서 유입된 성분들은 수질을 오염시켰고, 하천 생태계의 균형을 흔들었다.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청정이라는 가치가 도전받기 시작하자, 뉴질랜드 사회는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았을 때 그 대가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진리를 뼈아프게 자각했다. 현재 뉴질랜드 정부와 시민들이 하천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설치하고 식생대를 조성하며 엄격한 오염 저감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 운동이 아니다. 경제적 이익과 자연의 공존 사이에서 치열한 균형을 찾으려는 일이자, 미래 세대를 향한 책임의 실천입니다.

이러한 뉴질랜드의 모습은 우리 한민족이 걸어온 역사와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물과 땅을 다스리고 그 안에서 공동체의 운명을 함께해온 지혜의 역사다. 척박한 땅을 일궈 논을 만들고 저수지를 축조하며 물을 나누어 써온 수리의 지혜는 한국인 특유의 협력 정신을 낳았다. 모내기 철의 두레와 품앗이는 생명의 근원인 물과 땅을 공평하게 누리고 보호하려는 공동체적 약속이었다. 한국 역시 짧은 시간 동안 압축 성장을 거치며 환경 오염의 진통을 겪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질 보호 기술을 개발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증명해 보였다. 뉴질랜드가 지향하는 자연과의 공존과 대한민국이 축적한 혁신적 기술력은 결국 인류 공동의 터전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하나의 지향점으로 만난다.

이제 한민족은 한반도라는 지리적 틀에 갇힌 민족이 아니다. 700만 명이 넘는 재외동포가 세계 각국에서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며 거대한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기후와 풍토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홍익인간의 정신이며 인류 공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이타심이다.

뉴질랜드에서 배운 자연에 대한 경외심, 한국이 보유한 공동체 정신과 기술력,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은 이제 한민족 전체의 집단 지성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우리가 모은 지혜는 기후 위기와 자원 부족이라는 지구촌의 난제를 해결하는 소중한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더 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세계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한민족의 역할은 경제적 성공이나 문화적 영향력 확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근원적인 위기인 지속 가능한 생존의 문제에 앞장서야 한다. 환경 보호와 공동체 회복은 특정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세계 곳곳에 뻗어 있는 한민족의 실천이 필요하다.

뉴질랜드의 한인 농부가 강물을 아끼고, 한국의 기술자가 정수 시스템을 개발하며, 세계 각지의 한인 리더들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책임 있는 세계 공동체로 거듭나게 된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은 소유물이 아니라 잠시 맡아 관리하는 터전이다. 한 방울의 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한 줌의 흙을 지키려는 책임감은 이제 세계 속 한민족이 짊어져야 할 새로운 사명이다.

변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뉴질랜드의 작은 강가에서, 한국의 논두렁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마시는 물의 무게를 느끼고 딛고 선 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그 연대의 마음이 모여 한민족의 위대한 미래를 만들고 나아가 인류가 함께 걸어갈 빛나는 내일을 열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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