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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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과 재외동포의 역할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과 재외동포의 역할

한국 사회는 지금 조용하지만 분명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전북 고창의 전원형 은퇴 마을에서는 약 800명의 주민 중 3분의 1가량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들은 노후를 보내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역이주현상은 은퇴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유럽의 2·3세 교포부터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재외동포들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들의 귀환은 한국이 점차 다문화 사회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180여 개국에 걸쳐 약 700만 명 이상의 재외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이 거대한 디아스포라는 일제강점기와 냉전, 산업화와 세계화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되었다. 최근 한국 사회 내부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과 귀화자를 포함한 인구는 약 25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약 86만 명은 재외동포 출신 귀환자 또는 귀화자다.

재외동포의 귀환은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선다. 해외에서 축적한 전문성, 다언어 능력, 문화적 감수성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부는 첨단 산업과 학계에서 활동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또 다른 일부는 농업·제조업 등 인력 부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재외동포는 한국 사회의 경제·문화·인구 구조 전반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정책적 전환에 나서고 있다. 2023년 출범한 재외동포청은 기존의 분산된 동포 정책을 통합하고, 재외동포의 권익 보호와 국내 정착 지원을 전담하는 기구다. 정부는 재외동포의 귀환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외동포청은 법·제도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무국적 재외동포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 사할린 동포의 가족 단위 영주 귀환 확대, 재외동포 기본법 개정 논의 등이 그 예다. 또한 재외동포 자녀를 위한 한국어·정체성 교육 예산을 증액하고, 차세대 동포의 모국 방문 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체류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에 대한 재입국 규제 완화 역시 이동성과 정착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귀환한 재외동포 다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는 동시에, 미묘한 거리감과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다. 해외에서 성장한 일부 교포들은 언어 억양이나 문화적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해 완전한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수자가 아닌 존재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상반된 경험들은 한국 사회로 하여금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한국인의 의미는 무엇이며, 한국 사회는 다양한 정체성과 배경을 지닌 구성원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과거의 혈연 중심 민족 개념을 넘어, 이제는 가치와 참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글로벌 사회의 공동체 인식이 요구된다.

재외동포는 더 이상 외부의 한국인이 아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현재이자 미래이며, 세계와 한국을 잇는 실질적인 연결고리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 전환이 병행될 때 비로소 다문화 한국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세계로 흩어졌던 한민족이 다시 한국 사회로 돌아오고 있다. 이 흐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다문화 시대 한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이다.

조익상
세계한민족회의 세종지회 기자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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