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제한속도 50km. 속도 너머의 가치
- 박춘태
- 5
- 09-23
뉴질랜드지회 박춘태 기자
뉴질랜드 캔터베리의 작은 마을, 라카이아(Rakaia). 최근 이 지역신문에는 '제한속도 50km 주민 단결해 지켜냈다'는 헤드라인이 뚜렷하게 강조되어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도로 표지판과 속도 제한에 대한 뉴스로 치부될 수 있지만, 이 글귀 안에는 속도 너머의 가치, 즉 공동체의 안전과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이 라카이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경제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속도는 곧 효율성, 경쟁력이라는 등식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다. 고속도로는 더 빠르게, 도심 도로는 더 시원하게 뚫려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속도 제한은 종종 '불필요한 규제'나 '답답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속도 지상주의는 단기적인 성장을 견인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안타까운 사고와 공동체의 균열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라카이아의 사례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라카이아는 원래 제한속도 100km인 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며 많은 불편을 겪었다. 사고 위험 증가, 소음 공해, 보행 환경 악화 등, 고속도로가 가져다주는 편의성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들을 고스란히 경험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라카이아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에 침묵하지 않았다. 20년간의 끈질긴 노력과 단합된 행동으로 마침내 마을을 관통하는 구간의 제한속도를 50km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히 속도를 줄인 것을 넘어, 마을의 안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승리였던 것입니다.
라카이아 주민들의 투쟁은 여러 면에서 감동적이다. 첫째, 그들은 눈앞의 편리함보다 공동체의 안전을 우선시했다. 도로 교통량이 많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속도 제한을 요구한 것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분별한 개발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다.
둘째, 그들은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목소리를 냈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인내심과 끈기다. 수많은 좌절과 어려움 속에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 주민들의 단합된 힘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개개인의 목소리가 모여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셋째, 정부와 뉴질랜드 교통청이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뉴질랜드 교통청은 "예기치 않은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해 모든 측면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선진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반면 한국에서는 종종 정부 정책이 하향식으로 결정되고, 주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라카이아의 사례는 정부 기관이 국민의 삶에 얼마나 깊이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라카이아의 이야기는 우리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는 여전히 많은 곳에서 속도와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간과되는 가치들을 마주하고 있다. 스쿨존의 제한속도, 주택가 이면도로의 안전 문제, 보행자 중심의 도로 환경 조성 등,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물론 한국 정부도 '안전속도 5030' 정책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운전자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답답하다', '불편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제 '빨리빨리'가 아닌 '안전하게'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속도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늦추는 행위를 넘어선다. 그것은 생명을 지키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숭고한 행위다. 라카이아 주민들은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자신들의 마을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 속도 제한 50km는 그들에게 불편함이 아니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위한 약속이자 가치였던 것이다.
한국 사회도 이제 속도 너머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 성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라카이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작은 마을의 끈질긴 노력이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냈듯이, 우리 사회도 안전과 공동체의 가치를 향한 작은 발걸음들을 모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제는 속도를 줄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빨리 가는 길 대신,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할 때다. 라카이아의 50km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안전, 공동체,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상징하는 우리 모두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이 작은 뉴질랜드 마을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이 되어, 더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뉴질랜드 캔터베리의 작은 마을, 라카이아(Rakaia). 최근 이 지역신문에는 '제한속도 50km 주민 단결해 지켜냈다'는 헤드라인이 뚜렷하게 강조되어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도로 표지판과 속도 제한에 대한 뉴스로 치부될 수 있지만, 이 글귀 안에는 속도 너머의 가치, 즉 공동체의 안전과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이 라카이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경제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속도는 곧 효율성, 경쟁력이라는 등식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다. 고속도로는 더 빠르게, 도심 도로는 더 시원하게 뚫려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속도 제한은 종종 '불필요한 규제'나 '답답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속도 지상주의는 단기적인 성장을 견인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안타까운 사고와 공동체의 균열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라카이아의 사례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라카이아는 원래 제한속도 100km인 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며 많은 불편을 겪었다. 사고 위험 증가, 소음 공해, 보행 환경 악화 등, 고속도로가 가져다주는 편의성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들을 고스란히 경험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라카이아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에 침묵하지 않았다. 20년간의 끈질긴 노력과 단합된 행동으로 마침내 마을을 관통하는 구간의 제한속도를 50km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히 속도를 줄인 것을 넘어, 마을의 안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승리였던 것입니다.
라카이아 주민들의 투쟁은 여러 면에서 감동적이다. 첫째, 그들은 눈앞의 편리함보다 공동체의 안전을 우선시했다. 도로 교통량이 많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속도 제한을 요구한 것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분별한 개발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다.
둘째, 그들은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목소리를 냈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인내심과 끈기다. 수많은 좌절과 어려움 속에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 주민들의 단합된 힘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개개인의 목소리가 모여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셋째, 정부와 뉴질랜드 교통청이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뉴질랜드 교통청은 "예기치 않은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해 모든 측면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선진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반면 한국에서는 종종 정부 정책이 하향식으로 결정되고, 주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라카이아의 사례는 정부 기관이 국민의 삶에 얼마나 깊이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라카이아의 이야기는 우리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는 여전히 많은 곳에서 속도와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간과되는 가치들을 마주하고 있다. 스쿨존의 제한속도, 주택가 이면도로의 안전 문제, 보행자 중심의 도로 환경 조성 등,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물론 한국 정부도 '안전속도 5030' 정책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운전자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답답하다', '불편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제 '빨리빨리'가 아닌 '안전하게'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속도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늦추는 행위를 넘어선다. 그것은 생명을 지키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숭고한 행위다. 라카이아 주민들은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자신들의 마을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 속도 제한 50km는 그들에게 불편함이 아니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위한 약속이자 가치였던 것이다.
한국 사회도 이제 속도 너머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 성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라카이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작은 마을의 끈질긴 노력이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냈듯이, 우리 사회도 안전과 공동체의 가치를 향한 작은 발걸음들을 모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제는 속도를 줄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빨리 가는 길 대신,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할 때다. 라카이아의 50km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안전, 공동체,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상징하는 우리 모두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이 작은 뉴질랜드 마을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이 되어, 더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