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글로벌 기자단 소식
비극을 넘어 연대로… 그라츠 한국 문화 축제 2일간의 여정
- 쿠마르 라제쉬
- 6
- 09-23
2025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는 첫 번째 한국 문화 축제(Korea Cultural Festival)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라 세계 한민족 공동체의 연대와 정체성 강화, 그리고 한류의 국제적 확산을 보여주는 뜻깊은 무대가 됐다.
축제는 5일 오후 2시 30분, 그라츠 도심 카르멜리터 광장에서 시작됐다. 방문객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지역 사회와의 연대를 위해 흰 천에 개인적인 메시지를 적었으며, 이 메시지는 오후 3시에 열린 한국 전통 무용 ‘넋풀이’ 공연에 반영되었다. 넋풀이는 고통과 악을 풀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춤으로, 올해 초 총격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도시 공동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었다. 한국 전통예술이 가진 깊은 정서와 치유의 메시지는 현지 시민들에게 강한 울림을 남겼다.
그라츠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3국의 접경지에 자리한 도시로, 이번 축제를 통해 한국 문화가 동·중부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그동안 유럽에서 동양을 주로 중국 문화와 일본 기술로 인식해온 흐름 속에서, 이번 행사는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와 첨단 기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한국 문화가 지닌 다양성과 깊이를 알리고, 새로운 동양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날 저녁 헬무트 리스트 홀에서는 한국 전통 음악과 서양 클래식이 어우러진 공연이 열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슬픔을 공동체적 힘으로 전환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둘째 날에는 축제가 활기를 띠며 한복 체험, 전통 놀이, 한국 길거리 음식, K-뷰티 체험, 케이팝 랜덤 플레이 댄스 등으로 현장이 가득 찼다. 실내에서는 ‘2025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예선전이 열려 현지 청년들이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고, 이어진 사물놀이 공연은 강렬한 리듬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케이팝 가수 기수(KISU)와 DJ 크레용 88의 무대는 세대와 국적을 뛰어넘어 관객을 하나로 묶으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행사는 비엔나 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AVL과 WKO 슈타이어마르크가 후원했으며, 그라츠 시도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축제에는 수천 명의 관객이 모였고, 현지 시민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온 한인 동포, 유학생, 차세대 교포들이 함께해 세계 한민족 공동체의 연대를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 되었다.
행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한국 문화의 인기가 단순한 대중적 열풍을 넘어, 전통예술은 공동체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대 대중문화는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번 그라츠 한국 문화 축제는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깊이를 현지에 알린 동시에, 세계 한민족회의가 지향하는 글로벌 공동체의 연대와 정체성 강화라는 가치를 실천한 상징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KCI 글로벌 기자 (슬로베니아) Kumar Rajesh